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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6 ~ (진행중)
[국민청원] 구제역 돼지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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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돼지가 묻힌 땅에도 봄은 오는가

2018년의 봄, 무고한 돼지들이 서늘한 땅에 떼로 파묻히고 있다. 구제역의 바람이다. 3월 27일,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의 농장에서 A형 구제역을 확진 받은 돼지 917마리가 당장에 매몰되었다. 아직 걸리지 않은 반경 3km 이내 5천 마리 역시 뒤따라 처리되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탓이다. 방역 당국이 백신 보급 및 접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구제역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최초 발생지에서 12.7km 떨어진 김포 하성면 양돈 농가에서 5천5백여 마리가 추가로 묻혔다. 쉬이 사그라들 리 없다.

지난 열흘간 약 1만2천 마리의 돼지가 희생되었다. 숫자만 보자면 심각성이 와닿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이미 지난 2010년 11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발생한 185건의 구제역으로, 무려 350만 마리를 묻어버린 전적이 있다. 유례없이 엄청난 규모의 가축전염병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니, 다급한 농림축산식품부와 방역 관계자들은 “인력과 장비, 자금,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축을 거의 생매장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구덩이를 크게 파도 묻을 돼지가 너무 많아 빽빽하게 찼더랬다. 돼지들은 마지막까지 죽음이 두려워 하늘 높이 얼굴을 치켜든 채 절규했다. 의미 없는 불복이었다.


지난 27일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구제역 발생농가의 살처분 현장


그래서 올봄의 살처분 현장은 또다시 무고한 생명을 파괴한다는 죄책감과 함께, 해를 거듭하여도 생매장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은 그 방법에 의문과 분노를 일으킨다. 해방 후 구제역이 처음 발병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2002년, 2010년, 2014년, 그리고 2016년에 걸쳐, 3,906,043마리의 우제류를 묻는데 3조4067억 원을 썼다. 4천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던 2016년 겨울처럼,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육식을 지켜내고 축산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돼지뿐 아니라 소, 염소, 사슴, 닭, 오리, 기러기까지 모조리 땅속에 묻어버리고 있다. 근 20년간 반복해서 희생되는 수많은 비인간 동물에게, 사회는 얼만큼의 인도주의를 베풀고 있는가.

땅에 묻힌 생명, 돼지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가? 확진 판정, 긴급 살처분, 이동 중지 명령, 백신 공급, 농가 보상, 총력을 다하는 방역 당국···. 매일 같이 쏟아지는 보도에 생명은 없다. 한 나라에서 인간 동물에게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야만이, 비인간 동물에게는 아무런 도덕적 고찰 없이 신속하게 자행되고 있다. 그들도 발달한 신경계로 고통과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자명하더라도, 국가와 사회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일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비인간 동물을 극단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가축전염병의 창궐과 살처분은 사회 깊숙이 일상처럼 스며든 종차별주의가 궁극적으로 실체화되는 순간이다.

바이러스의 이동과 공장식 축산을 당장에 완전히 멈출 수 없다면, 구제역은 반드시 그 고개를 다시 쳐들 것이다. 질긴 근육보다 보드라운 살을 찌우려 돌아누울 수도 없이 좁은 감금틀에서 하루하루가 고통인 동물들을 덮칠 것이다. 그러면 또, 국민에게 값싼 육식을 보장함으로 존재 가치를 강화하려는 국가는 수천, 수만의 돼지들을 비인도적으로 살육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평등한 권력 관계로 현장에 투입된 인간 노동자들에게도 씻어내기 어려운 죄책감과 우울함을 대신 떠밀 것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정의롭고 인도적인 사회를 위해 돼지들의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구제역 돼지들은 진정 땅에 묻혀야만 했는가. 구제역은 우제류의 입이나 발굽에 물집이 생기는 가축전염병이다. 기본적으로 치사율이 높지 않아 자연 상태라면 감기처럼 빠른 회복이 가능하고, 인간에게 전염되지도 않는다. 즉, 구제역은 농가 소득이나 국민 건강에 치명적 손해를 입히지는 않는 질병이다. 그런데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우리나라 가축전염예방법이 구제역을 각각 A급과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 방역하는 이유는 극대화된 상태로 유지해야 할 가축의 생산성을 일부 낮추기 때문이다. 돼지의 경우, 의심과 불신으로 시장이 요동쳐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싸게 구매하지 못하거나, 가격 하락으로 공급자의 소득이 다소 감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를 잃어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며, 국내 수요가 수입산으로 대체되어 자국의 축산농가를 보호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지극히도 인간 편의적인 이유이며,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는 데 있어 조금의 인도주의라도 발현한다면 치르지 않아도 될 안타까운 희생이다.

게다가 구제역 돼지들은 어떻게 묻히고 있는가. 농림축산식품부의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은 살처분의 방법으로 전살법, 타격법, 약물 사용법, 가스법(이산화탄소 혹은 질소 거품)을 권고하고 있으나, 실상 적용이 가장 “쉽고 신속”하나 동물을 무의식중에 죽이기는 가장 어려운 이산화탄소 가스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살아있는 돼지를 “구덩이에 몰아넣고 상단부에 비닐을 덮고 흙을 이용하여 밀봉한 후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하는 것이 깔끔하게 이루어질 리 없다. 결국, 돼지들은 의식을 완전히 잃지 못한 채 땅에 묻히고, 극한의 고통을 몸소 느끼다 죽는다. 이는 2001년, 구제역으로 6백만 마리의 우제류를 살처분한 영국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당시 영국은 가능한 한 인도적으로 동물을 완전히 죽인 후에 사체를 처리하고, 도살은 법적으로 허가받은 도축 인력만이 전살법 혹은 약물 사용법으로 수의사 및 동물보호단체의 감시하에 수행하도록 하는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였다.

공장식 축산에서 나고 자란 돼지들은 살처분 현장까지 오지 않더라도, 결국은 생후 6개월이면 도살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백번 양보하여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치부하더라도,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간의 욕망으로 희생되는 비인간 동물에게 조금이라도 자비를 베풀 수 없겠는가. 말없이 꺼져간, 그리고 앞으로도 꺼져갈 생명을 대신하여, 그들의 마지막 순간에 최소한의 예의라도 허할 수 없는 것인지 인간 사회와 정부에 외치는 바이다. 또 언제 구제역이 고개를 쳐들지 모르는 일촉즉발, 예측불허의 2018년 봄에 말이다.


2018년 4월 6일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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